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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의 뇌, 척추

등록일자
2006-01-27

허리의 뇌, 척추 - 김철중(의사.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척추 진단하는 모습

현대인의 척추가 위험하다. ‘2003년 국민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척추 질환 입원 환자가 지난 1995년에 비해 3.9배나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추간판 장애, 즉 디스크 질환으로 입원 한 환자만 2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인구의 80%가 한 번쯤 요통을 경험한다는 통설상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쉬운 데이터처럼 보이지만, 척추가 상당히 중요한 인체 구조물임을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척추는 그 건강 상태에 따라 인간의 활동 반경을 결정한다. 따라서 어찌 보면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것이 척추다. 나이 들면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는 것이 척추질환이지만 예방의 길은 분명히 있다. 그 길을 찾아본다.

 
척추는 허리의 뇌

‘인체의 기둥’이라고도 불리는 척추는 7개의 목뼈와 12개의 등뼈, 5개의 허리뼈로 이뤄져 있다. 척추 안에는 척수라는 중추 신경이 있어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서는 것, 앉는 것, 팔 다리를 마음껏 움직이는 것, 몸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척추 안에 있는 중추신경 덕분이다. 특히 중추신경은 한 번 손상을 입으면 재생이나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뇌 손상과 마찬가지로 운동능력이나 감각, 지각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척추는 ‘허리의 뇌’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체기관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흔한 척추 질환, ‘디스크’

척추질환은 나이 들어 척추뼈가 주저 않는 척추압박골절에서부터 뼈가 휘어지는 척추측만증, 신경관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까지 매우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떠올리게 되는 질환은 이른바 ‘허리 디스크’인데, 이는 뼈의 문제가 아니라 척추뼈 사이에 있는 원반 모양의 디스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디스크는 섬유륜이라는 외측부와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중앙의 수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평소 나쁜 자세나 갑작스런 충격으로 외측부의 섬유륜이 외부의 힘에 의해 찢어지면서 수핵이 돌출되어 신경근을 압박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라는 병이다. 의학적으로는 수핵 탈출증이나 추간판 헤르니아로 부른다. ‘디스크’는 사실 척추뼈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척추와 척추 사이에 척수 신경이 온 몸으로 뻗어 나와 감각과 운동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통증은 물론 감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리 통증은 생활습관병

일반적으로 척추 이상을 알리는 신호는 바로 허리 통증이다. 대부분의 요통은 생활습관을 통해 예견된다. 특히 10대에서부터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 요통환자 중 공부할 때 의자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반쯤 누운 자세나 책상 한 쪽에 팔을 올리고 이에 체중이 실리도록 비스듬히 기운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90% 이상이었다.
이런 자세들은 척추 뼈의 배열을 나쁘게 하고 허리 근육의 고른 정열을 방해하여 요통을 유발한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뼈와 근육이 급속히 성장하기 때문에 나쁜 자세가 습관화되면 고르지 못한 근육과 척추 뼈 배열이 평생 요통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성인도 평소 자세나 생활습관부터 챙겨야 한다. 예방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노력이 없으면 요통에 완치란 없다. 수술이나 병원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소 자세 교정이나 생활 습관이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누워있는 사람도 있는데, 물론 급성요통에는 안정이 우선이다. 하지만 만성요통에 오래 누워 있으면 병의 회복 기간이 길어지고 허리 근육이 위축되거나 약해져 허리 통증은 더욱 악화된다.

잘못된 생활 습관 진단

보통 우리가 특정 자세에서 편안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실상 인체가 나쁜 자세에 적응을 한 것일 확률이 높다. 평상시 허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허리에 나쁜 생활습관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지, 먼저 체크해 봐야 한다. 아래 체크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허리통증 유형과 그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알아본다.

  • ① 이부자리는 부드러운 편이 편하다.
  • ② 자세가 나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 ③ 치열이 고르지 않고 턱이 빠질 것 같은 경우가 있다.
  • ④ 몸이 뻣뻣하다.
  • ⑤ 휴일은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쉬는 경우가 많다.
  • ⑥ 만성 수면 부족이다.
  • ⑦ 야채와 과일을 잘 먹지 않는다.
  • ⑧ 일은 사무직이다.
  • ⑨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 ⑩ 항상 꼭 끼는 속옷을 입는다.

이상 ①, ②, ③번을 선택했다면 요통의 원인이 골격 이상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세가 나빠 허리가 조금씩 휘어져 허리뼈에 부담이 가거나, 턱이나 뼈의 맞물림이 나빠서 허리가 비뚤어진 경우일 확률이 크다.
④, ⑤, ⑥, ⑦번을 선택한 사람들은 근육을 풀어 주어야 하는 경우이므로 평소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근육을 부드럽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요통을 해결할 수 있다.
⑧, ⑨, ⑩번을 선택한 이들은 앉은 자세에서 오는 무리한 하중과 운동부족, 부자연스런 몸의 움직임 등이 요통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점차 디스크의 탄력성이 줄어 들고 결국 하중은 고스란히 뼈를 누르게 되는 것. 이 케이스는 비만한 이들이 요통을 느끼는 이유와 결과적으로 같다고 보면 된다.

척추 질환을 부르는 잘못된 자세

허리에 힘을 빼고 배를 내밀고 있거나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서 있는 자세, 높은 굽 구두를 신은 구부정한 자세는 금물이다. 특히 높은 굽은 척추 뼈를 앞으로 쏠리게 해 요추 전만증을 증가시키므로 피한다.
사람은 앉아 있을 때 체중의 4배에 해당하는 무게를 허리로 지탱한다. 이때 의자 높이가 높으면 고관절이 무릎 관절보다 높게 올라가 마찬가지로 요추전만증을 증가시킨다. 또 운전할 때 의자를 너무 뒤로 빼 허리가 구부러지게 하는 습관도 주의해야 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도 허리에 무리를 준다.

한편 주부들이 쇼핑을 할 때 어느 한 쪽 팔에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학생들이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내는 것도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나쁜 습관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곧바로 허리를 굽혀서 드는 것은 허리를 삐게 만들기 쉽다.
잠 잘 때 환경도 중요하다. 6~8시간 정도 수면을 취한다고 볼 때, 하루 중 1/3, 또는 1/4의 시간을 같은 자세로 유지하게 된다. 척추는 S자 모양이므로 딱딱한 데 바로 누우면 척추의 특정 부위만 과도하게 눌려 통증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허리 주변 근육이 수축해 요통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즉, 너무 푹신한 침대나 딱딱한 바닥 모두 척추에 압박을 줄 수 있다.

척추질환 환자 척추질환 환자 척추 x-ray사진

통증을 완화시키는 운동법

요통환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수술이 절실한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 자가 치료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요통환자들도 꽤 있다.
연속적인 격렬한 통증, 삐끗하여 허리를 움직일 수 없는 통증이 있다면 4~5일은 절대적으로 안정해야 한다. 함부로 움직이면 증상이 악화되어 만성화 될 경우도 있다.
가벼운 통증이 있는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냉찜질과 온찜질을 선택한다. 급성요통, 충격으로 인한 요통이라면 냉찜질을, 요통이 3~4일 이상 계속되면 온찜질을 시행한다. 파스형 소염진통제를 통해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척추 디스크 등으로 허리 통증이 심해진 상태라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허리 통증을 예방해 줄 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대체로 요통의 원인이 근육의 피로, 긴장, 지나친 이완에 있기 때문에 근육 강화 훈련을 하면 요통 해소도 가능하다. 또 강화된 근육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허리 통증 역시 일정 수준으로 줄여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단, 요통의 정도나 신체 적응도를 살펴 적절한 강도로 실시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요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운동 치료사의 지도 하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을 하는 요령은 첫째 부드럽게, 둘째 서서히, 셋째 반복, 넷째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한 운동은 위약해진 근육은 강화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풀고 단축된 근육은 신전시켜 준다.
운동 시간은 야간보다 오전이 좋다. 저녁 나절에는 낮 동안의 움직임으로 인해 디스크 수핵이 척추체 쪽으로 새어 나가 두께가 얇아져 있기 때문에 몸의 하중을 받쳐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허리에 좋은 운동으로 꼽히는 것에는 수영이 있다. 수영은 근육의 유연성을 길러준다. 그러나 접영과 평영은 오히려 허리에 체중 부담을 크게 하므로 좋지 않다. 수영으로 유연성을 기르면서 빠른 걸음으로 한 번에 30분씩 하루에 2회 정도 걷는 운동을 하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 요통환자들의 98%에서 ‘빨리 오래 걷기’가 치료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 볼링, 테니스 등은 요통 환자에게 좋지 않다. 한 쪽으로 허리를 비트는 동작이 오히려 요통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통예방체조...
가벼운 유연 체조로 허리 둘레의 근육을 풀어, 부지불식간에 혹사당하고 있는 허리 통증을 예방하자. 비틀어지고 강직된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된다. 취침 전이나 휴식시간마다 틈틈이 한다.

  • 1. 양다리를 쭉 펴고 손으로 발끝을 잡는다.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수그린다. 무릎의 뒷편, 꼬리뼈 근처에 의식을 집중해 이완이 느껴지도록 한다.
  • 2. 양다리를 양 쪽으로 벌리고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다. 척추가 이완되는 것을 느끼는 강도로 한다.
  • 3. 양다리의 발뒤꿈치를 맞추어 양손으로 맞잡는다.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다. 무릎 안 쪽, 엉덩이, 가랑이 관절 등이 충분히 스트레칭 되도록 한다. 골반 교정까지 겸한 척추근육 이완법이다.

영동세브란스 사보 2005년 신년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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